라피신 시작한지 벌써 1주가 지났다. 그래서 1주차 후기를 간략하게(?) 써보고자 한다.
라피신 첫날이 밝았어요
우선 라피신이란? 42서울 본과정에 적합한 피시너들을 선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찾아보니까 라피신(La Piscine)의 'Piscine'이 수영장을 뜻한다고 한다. 일단 참가자들을 그냥 수영장에 모두 집어넣어 버리고 각 참가자는 알아서 수영하는 법을 터득해서 나와야 한다. 또 다른 학원이나 학교와는 달리, 교재나 어떤 내용을 알려주는 사람이 따로 없어서 옆에 있는 동료들과 같이 공부해 나아가야하는 것이 이 라피신의 목적이다. 그래서 사실 난 공부하려는 목적보다도 라피신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같이 협업하는 경험을 얻고자 라피신에 참가하게 되었다.
사실 주변에 이미 라피신 과정을 겪은 분이 있어서 라피신 후기에 대해서 짤막하게 들었지만, 솔직히 그때만 해도 내가 뭔가 이미 여러 알고리즘을 공부해 봤고, C언어도 배워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정말 열심히 한다면 라피신 과정이 엄청 힘들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4/11, 7기 1차 라피신의 첫날이 밝아왔고 처음에는 등록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라피신 기간 (그리고 본과정에 합격한다면 본과정 때까지) 동안 이름처럼 사용하게 될 인트라 ID를 부여받게 된다. 사실 난 좀 일찍 갔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왔었던지라 꽤 오래 대기를 한 이후에 등록 절차를 밟을 수 있었는데, 사실 기다리는 동안에도 난 얼른 코딩을 시작하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원래 라피신 기간에는 자리가 지정되어 있는게 아닌, 자유석이어서 매일 매시간 언제든 내가 원하는 자리에 가서 할 일을 하면 되는데 첫날에만 등록을 진행한 순서대로 앉았다. 그러고 나서 라피신 과정 동안 지켜야 할 규칙들과 기타 설명을 모두 듣고 난 뒤, 자리에 앉은 대로 첫 번째 조가 만들어졌다. 등록 절차가 너무 길었던 나머지 조가 짜이자마자 난 밥 먹으러 가자고 외쳤고, 다행히 모두 동의해 주셔서 밥을 먹으면서 라피신 사람들과 처음으로 친해졌다. 보니까 어떤 분들은 둘째 날부터 슬랙에 같이 밥 먹을 사람들을 구해서 먹는 분들도 있었는데 난 처음에 같이 밥을 먹는 분들과 계속 끼니를 함께 하다 보니까 점점 친해지게 돼서 밥은 원래 먹던 분들과 지금까지도 계속 먹는 중이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 (1일차)
밥을 먹고 난 뒤, 드디어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 내 자리의 아이맥에 내 계정으로 로그인했다. 우선 난 맥북 경험자이긴 하지만 너무 오래전에 사용했었고, 지금은 그램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기에 처음부터 무얼 해야 하는지 아예 감이 잡히질 않았다. 진짜 너무나도 다행히 점심을 같이 먹고 오셨던 분 중에 이번에 재도전하시는 분이 계셔서 솔직히 처음부터 막혀버릴 뻔했는데 그분이 vim 이것저것 세팅이랑 과제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어떻게 깃 클론을 해서 과제 파일을 만들고 제출할 수 있는지까지 모두 알려주셨다. (진짜 이 정도면 천사인게 분명하다)
그때의 심정을 잠깐 얘기해 보자면 우선 vim을 사용한다는 것부터 진짜 큰일났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사실 vim 자체에 대해 난 거의 무지한 상태로 갔었다. 내가 vim 에디터를 사용한 적은 사실 한 번도 없었고, 그나마 작년 2-2 자료구조 전공수업 때 과제를 리눅스 서버로 제출했었기 때문에 그때 잠깐 모바엑스텀으로 과제를 제출했던 것 말곤 진짜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던 명령어는 cd, vi, ls 정도? 그래서 과제 문제들을 보면서 큰일났다고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처음 같이 밥을 먹었던 분들 (앞으로는 먹깨비팟이라고 부를 예정 - 사실 내가 시도 때도 없이 배고프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먹무새가 되었는데, 동료분들이 먹깨비라는 내 생각엔 나름 귀여운? 별명이 붙었다) 과 첫 과제는 다 같이 검색도 해보고, 정말 못 찾겠다 꾀꼬리 외치는 순간에는 리트하신 동료분에게도 헬프 요청도 하면서 으쌰으쌰 어찌저찌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2일차 ~ 7일차
그 이후부터는 뭐 가면 갈수록 시스템에 조금씩 더 적응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피시너분들을 더 많이 알아가는 거 외에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1일차에 있었던 일만 썼는데 너무 길어져서 조금 당황스럽다) 다만 첫 두 과제는 문제 유형?이 뭔가 검색하는 능력과 동료를 잘 활용해서 문제를 같이 풀어나가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문제였다면, 그 이후 과제들부터는 본격적으로 C언어를 활용해서 문제에서 요구하는 함수를 구현하는 문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난 개인적으로 앞부분 내용들은 거의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 많아서 검색도 하고, 여기저기 물어보느라고 과제 제출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C 관련 과제로 넘어가자마자 뭔가 숨통이 트이는 듯한? 기분을 받았었다. 다른 동료분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다들 말하시길 C를 배워본 사람이라면 이전 과제들에서는 조금 진도가 느리게 진행되었다면 C 과제들부터는 마치 날개를 단 듯이 모두 쭉쭉 진도가 나간다고 하는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렇게 기대하고 있었지만 내가 이전에 풀었던 알고리즘 문제들과는 뭔가... 좀 미묘하지만 조금은 다른 느낌이 많이 들었다. 사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쉽다고 생각해야 할 문제들인데 그런 부분에서 헤매는 나 자신을 보며 여기서조차 막혀버리면 어떡하냐는 걱정도 많이 했었고 머리를 끙끙 싸매고 있는 나와는 달리 막 벌써 C 세 번째 과제, 심지어는 다섯번째 과제까지 푼 피시너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진도를 얼른 빼야겠다는 압박감도 많이 들었었다. 그때가 아마 세 번째 날? 네 번째 날이었는데 내 기억으로 그때가 뭔가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어진 상태라 예민해져 있기도 했고 나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그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서 자괴감도 들어서 몸도 마음도 엄청 힘들었었다.
그런 고민 상담을 내 친구에게 조금 했는데 그때 그 친구가 나에게 너무 목표를 높게 잡기보다는 그냥 중간만이라도 가자고 생각하면 맘이 편해질 거라고 해줬다. 생각해 보면 굳이 라피신이 아니더라도 내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 중에서 고수는 항상 존재해 왔었고, 사실 라피신 전에 내가 스스로 알고리즘 문제들도 풀고 했던 건 그런 사람들을 따라잡아야겠다는 마인드보다는 그냥 내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서 했던 거였다. 그런데 라피신에 들어오면서 고수들과 함께 공부하는 공간에서 내가 과연 본과정에 합격할 수 있겠느냐는 조바심이 나버리는 바람에 나에게 맞는 페이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리려고 애를 쓰다 보니까 얼른 달려는 가야겠고, 그런 속도에 맞지 않는 나에게 크게 실망했었던 것 같다. 뭐 다행히 그다음 날부터는 원래 이 라피신의 목적인 동료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나 혼자 문제를 다 풀어버리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우선 고민해 보고 뭔가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동료에게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물어보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확실히 같이하니까 이 거대한 산을 넘어가기에도 훨씬 편해졌고, 또 단순히 문제만 푸는 게 아니라 가끔은 같이 잡담하며 머리를 식히면서 몸은 피곤해도 나름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절 도와주신 동료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D)
라피신의 평가 시스템
아까 못했던 평가 얘기를 좀 해보려 한다. 우선 내가 과제를 제출했을 때 동료평가 두 번, 그리고 기계 채점 한번을 받아서 총 세 번에 걸쳐 이루어진 채점으로 나온 점수의 평균으로 과제의 점수를 매기게 된다. 이때 과제 제출 횟수는 제한이 없어서 점수가 낮으면 재시도도 할 수 있는데, 재시도 때마다 동료평가 두 번을 진행해야 한다. (생각보다 번거롭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면 갈수록 점점 설명을 잘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ㅎㅎ 그래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때 이 동료평가가 정말 중요한데, 이 라피신의 목적에도 제일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 시스템이기도 하고 내가 내 코드를 동료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도 개념을 확실히 공부할 수 있고 동료도 몰랐던 내용이면 새로 알아갈 수 있는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또, 내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건 반대로 내가 다른 누군가를 평가할 수도 있다는 건데 이때 내가 누군가를 평가해 주면 평가점수를 얻고 내가 평가를 받을 때는 그 평가점수를 사용해야 평가받을 수 있다. 또 평가를 많이 하러 다녀서 평가 점수가 쌓이면 평가점수를 기부할 수 있다고도 한다. (하루는 5번 연속으로 평가를 다닌 적도 있다 :') ) 그래서 내가 누군가를 평가해 줘야 나도 내 과제를 제출할 수 있는 거다. 그러면 남을 평가해 주는 건 단순히 내가 평가받기 위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가 평가를 몇 번 다녀본 결과 생각보다 이 평가 시스템이 평가자에게도 엄청 유익하다고 느꼈다. 우선 내가 이미 푼 과제인 경우에는 내가 풀었던 다른 방식으로 피평가자가 문제를 풀었을 경우, 굉장히 흥미로운 시선으로 평가를 진행할 수 있고 반대로 내가 풀지 않은 과제를 평가하러 가는 경우에는 오히려 내가 언젠가는 풀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에 그 과제에서 사용하는 개념들을 피평가자의 설명을 통해 예습하고 갈 좋은 기회가 된다. 그래서 앞으로도 내 과제만 계속 푸는 게 아닌, 머리도 식힐 겸 평가하러 가서 피평가자분과 친해질수 있는 좋은 기회도 만들고 내가 모르는 문제가 포함된 과제를 평가하러 갈 때면 오히려 좋다는 생각으로 설명을 잘 듣고 올 예정이다.
느낀점
뭐 생각해 보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주일이었던 것 같다. 휴학하고 나서 사실 백준 문제를 꾸준히 풀었음에도 사실 휴학생이기 때문에 살짝 풀어진 채로 시간을 보냈었다면 이번 라피신 1주는 진짜 엄청 오랜만에 굉장히 타이트하게 공부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물론 아직 3주나 남았지만...) 그래도 난 나름대로 이 환경에 맞게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냥 이 페이스대로 꾸준히 잘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난 만족할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이전에 다소 게으르게 살았던 나에 대한 한탄은 더 이상 안 하게 된 것 같고 오히려 아 얼른 과제나 풀어야겠다는 생각만 머리에 들어있어서 마치 고3 수시 원서접수 넣은 뒤에 수능 최저를 맞추기 위해 수능만을 생각했던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4주 공부하고 수능 보는 것과 비슷할지도) 근데 생각해 보면 오히려 내가 고3 때 한가지 목표만을 보고 달려갔던 때가 마음이 제일 편하다고 기억하기 때문에 지금도 사실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지금 또한 추억으로 남게 될 거라고 예상한다. 단지 앞으로는 영양제도 까먹지 말고 잘 챙겨 먹고 잠도 충분히 좀 더 자줬으면 좋겠다. 내가 이런 말 하니까 너무 웃기긴 한데 확실히 뭔가 고3 때 그 쌩쌩했던 체력은 다 죽어버린 것 같다. 애초에 왕복 2시간이라는 험난한 상황 속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뭔가 예전처럼 머리가 계속 돌아가거나 그러진 않는 것 같다. 정말 이 일주일간 정말 뼈저리게 느낀 게 사람은 잘 먹고 잘 자야 한다는 거였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 두 가지가 지켜지지 않으면 사람이 진짜 너무 예민해진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동료들과 같이 협력해서 나아가야 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내가 예민해져 버리면 정말 큰일 나니까 진짜 잠이라도 꼭 충분한 시간 동안 자줘야겠다.
내가 말해줄 수 있는 1주차 후기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사실 더 할 말은 많지만 내일 다시 출근하러 가야하므로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는 매주 보는 exam과 팀플인 rush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았지만 아마 2주차 후기부터는 내용이 조금 짧아질 걸 생각해서 1주차 시험과 팀플 얘기는 2주차 후기에 덧붙여서 설명할 예정이다. 그러면 난 진짜 자러 가야겠다. 뿅